2012/01/08 01:46

블로그를 개설했던 첫 마음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전공이나 책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만들었거늘.
2012년엔 이를 보다 보강해야지. 사적인 얘기는 이미 하고 있는 공간이 있으니(!)

보다 어렵고, 진지하고, 재미있게.
저작자 표시
Posted by Aya
2012/01/08 01:10

위의 제목은 상투적인 '시작'의 표현이다. 그러나 내게는 말 그대로의 말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구두를 신기 어려울 정도로 안 좋아진 건강과 직결되는 말이기 때문에.

오랜만에 내 블로그를 둘러보았다. 스물 일곱의 기록들이 참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없이 한 해가 지나갔다. 조직의 일원으로 일한 경험은 처음 해 보는 것이었지만 크게 보면 '학교'의 범주에 속하기에 큰 이질감은 없었다. 출근 첫 날부터 '선생님은 참 능숙해 보여요'라는 소리를 들은 것도 그 이유가 클 것이다. 다만 '학생'이 아니라 '선생'으로 있었다는 점 정도가 조금 달라졌을까. 돌아봤을 때, 후회가 없다는 말을 감히 뱉을 수 있을만큼 최선을 다했다. 건강의 문제로 삐긋했던 부분이 두고두고 아쉽지만 그 몸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 최선을 알아주는 학생들에게 그만큼의 감정적 보상을 받았다. 앞으로도 내 인생에서 '여신', '미녀', '사랑해요'라는 말을 이만큼 자주 들을 일이 없을 것이다. ㅎㅎ 물론 힘든 일들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교사 생활을 통해서 교직에 대한 생각을 많은 부분 정리할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학교 생활은 더 없이 좋았지만 스물 여덟, 나는 '아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나는 배워야 될 것이 많고, 준비해야 될 것들이 있다. 그건 '직업'과 병행할 수 없을 만큼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일들 말이다.

하여, 박사 과정 진학을 결심했다. 박사과정은 직업으로 생각하고 진학하는 것이지만 이를 직업인으로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석사 때와 달리 내가 지불해야 할 기회비용을 아주 구체적인 생활과 돈으로 환산해 보았다. 아...그래도 도저히 포기가 안 되더라. 그래서 올해부터는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바로는 힘들겠지만.

학업 관련된 것 빼고 생활면에서 2011년은 그간 소홀했던 인간관계가 대폭 활성화된 때였다. 일단 고교동창 NR 친구들 11명이 오랜만에 단결할 수 있는 행사였던 '료의 결혼'을 계기로 해서 정말 활발하게 만나고 이야기하고 놀고 먹었다. 인생의 활력소다. 그리고 대학원에서 만났으되 내 인생의 친구가 된 선배, 후배, 친구들과 좀 더 맘 편하게 만나며 더
깊어질 수 있었다.
 
기숙사 생활에서 벗어나 여러 면에서 편리한 동네로 이사한 덕에 그간 결여되어 있던 '사회 감각'을 키울 수 있던 것도 소득 중 하나다. 더하여 똑똑한 경경이와 나누었던 대화들도 버릴 수 없다.
 
뉴욕에도 다녀왔고 주변 사람들이 꽤 많이 결혼했고, 임신했고, 아이를 낳아서 세계가 더 확장되기도 했다. 

아! 꽃꽂이도 배웠었다. ㅎㅎ  (->이런 거 함)

 




스물 일곱의 내 자신에게 스스로가 품었던 로망은 꽤 구체적이었다. 외적인 면과 내적인 면, 능력적인 것과 품성의 면을 고루 포괄해서 상정해 놨던 그 '여성'은 후하게 점수를 줘서 절반 정도의 성공을 거뒀다. (절반은 실패했다...보다는 좋은 표현이라고 믿고 싶다.) 여기서의 절반이라는 것은 x축이 아니라 y축을 뜻한다. 로망의 '종류'를 x로 두고 그것들의 성취도를 y로 두었을 때, x는 여러개 걸쳐서 항목에는 올려놨는데 세워 둔 기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런 의미로서의 '절반'이다.

목표 중 하나였던 '타인으로부터 '단정하다'라는 평가 받기'를 충족했던 게 제일 기뻤다. 일적으로 그런 평가를 받는 사람이고자 했던 게 조금은 달성되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랄까, 그런 감정이 들었다.  생활과, 감정과, 인간관계를 포함해서 그리고 더 나아가 죽을 때 내 인생에 대해 '단정하다'라는 말을 듣고프다. 그건 좀 더 노력해야 될 훗날의 이야기.

그리고 올해는 단 하나, '건강'에 집중하기로 했다. 우습게도 단 한번도 x축에 들어가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항목이다. 다른 것들에 밀리고 치여서 소홀히 했더니 제대로 고장이 났다. 2011년 3분기와 4분기의 카드값은 온통 병원이다. (T_T) 

훗날 내가 현재 내가 겪는 육체적 고통과 그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잊고 '이 일은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며 건방을 떨까봐 이 글을 남긴다. 스물 여덟, 내가 건강을 위해 내린 결정이 다른 기회비용을 상쇄할 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절대 의심하지 말자. '예쁜 구두'를 신고 시내에 나갈 수 있을 날이 꼭 올 것이라고 믿을 거다.



저작자 표시
Posted by Aya
2011/10/02 07:42
좋아하는 지역을 꼽으라면 난 단연 '울산'을 댄다. 경상도에 친척 하나 없고 가 본 적도 딱 한 번이지만 그저 정이 가는 도시다.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울산 출신들이라 그렇다.

그 중 한 명인 D를 오랜만에 만났다. 장교로 군대 간다 해서 마지막으로 술 같이 마셨던 날이 엊그제 같건만 제대와 동시에 취직 잘 해서 오늘 내게 밥을 쏘기까지 했다. (나보다 월급이 100>n>50 높기에 ㅠㅠㅋㅋ) 문득 학부 때 홍대 앞에서 밥 사주던 D의 모습이 겹쳐져서 사진을 찍었다.

D는 정말 인간적으로 대단히 좋은 친구라서 소개팅을 시켜줄 때도 전혀 거리낌이 없는 검증된(!) 사람이다. 본인이 아마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쪽팔린다고 뭐라 하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그리고 나에게 '기가 약한 인간 ㅋㅋㅋㅋ'이라고 하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다.   늘 배울 점이 많은 친구지만 특히 곱씹게 되는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1. 상식적이다.
궤변을 늘어놓지 않는다. 어떤 현상이 있을 때 상당히 단순하게 접근하는데 그 접근이 본질을 꿰뚫고 있다. 주변의 것들을 재고 따지느라 곁가지를 뻗어나가지 않는다. 고로, 배척적 자의식이 없다. 그러니 함께 있을 때 편하다. 최소한의 상식을 지킨다면 서로 불편할 일이 없다. 오늘만 해도 내가 고민하던 인간관계 문제를 듣더니 '니가 불편해하니까 그 사람도 그걸 느꼈겠지. 그러니 악순환이고. 이거는 야 술마시면서 푸는거임 ㅇㅇ' 하길래 '야 넌 왜 내 편 안 드는데-_-' 했더니 '니 편이니까 지금 너 편하라고 조언해주는 거잖아;; 계속 볼 사람인데 불편하면 니는 좋냐? 과하게 친하지 않아도 불편하진 않아야 살지. 술 마시면서 까놓고 얘기하면 분위기 별로  안 나쁨. 나빠질 거 같으면 '쨘'하면 됨 ㅇㅇ' 하고 조언해 주었다. D가 얘기하는 조언은 정말 상식적이기에 늘 수긍할 수 있다.  1) 누가 잘 해주고 친하면 나도 잘 해준다. 2) 누가 날 싫어하면 왜 그런지 물어보고 오해가 있으면 푼다. 뒤끝은 없다. 3) 내가 잘못한 거면 사과한다.  이 정도로 압축되는 거 같다.

2. 사회적이다.
D는 어떤 사람이나 사건을 좋다/싫다가 아니라 좋다/별로다, 로 구분한다. '싫다'가 없다는 것은 오늘 D가 남긴 명언인, '사회 생활 하려면 '바운더리'가 최소화되어야 한다'와 맥락을 같이 한다. 앞서 언급한 1의 특성으로 인한 결과라고 봐도 좋겠다. D를 처음 알게 된 게 대학 때부터인데 동아리, 학회, 할 것 없이 속한 모임에선 두루두루 친하고 적응도 잘한다. 얘기 들어보면 고등학교 친구들이랑도 계속 친하다. 그러더니 군대 가서도 '부대원들이 보고싶다며 부르고 본인은 또 거길 찾아가는-_-' 관계를 만들었더라. 취직해서도 같이 단체로 여행가고 정말 소중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들고.

D랑 얘기하면 내가 부족한 영역인 '사회적 감각'이 일깨워지는 것 같다. 간만의 주말다운 주말이었다.

+) 점심 먹고 헤어져서 집에 왔다가 N과 급모임이 생겨 커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도 나눴다. 말 하다 침묵이 감돌아도 서로 생각을 정리하며 참 편하게 있을 수 있는 10년 친구. 모든 컨텍스트를 공유하고 있는 친구. (D와도 벌써 7년 가까이 되었다.) 학점과 맞바꿨던 대학 시절의 '사람과의 시간들'에 새삼 감사하다.

저작자 표시
Posted by Aya